06/28/15 한국교회와 팔방미인 > 동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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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이사한 집이 41년이나 된 깡통집이라 너무 지저분하고 낡았습니다. 이것저것 수리를 하려고 했더니 공사비 견적이 재료비의 3배 정도라서 엄두가 나지 않아 재료만 구입해서 제가 직접 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과연 이것을 할 수 있을까?>하고 주저한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그런 일을 해보기는커녕 구경도 제대로 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단 부딪혀보자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벽돌로 담장도 쌓고 뒷벽을 뚫어 출입문도 만들고 마당 콘크리트도 제가 직접 했습니다. 그런데 해 놓고 보니 전문가가 한 것처럼 깔끔하지는 않지만 생각밖에 제법 모양새가 나는 것입니다. 제 스스로 얼마나 뿌듯한지 모릅니다. 그리고 <내가 이 정도로 할 수 있다니> 정말 제가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친구목사님은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최 목사님은 은퇴해도 밥은 굶지 않겠네요.>하고 말하는가 하면, 모빌팍에 같이 사는 분들은 저를 가리켜 <목사님은 팔방미인이시네요>하고 칭찬해주었습니다.

팔방미인이란 이남자의 눈에도 미인이고 저 남자의 눈에도 미인으로 보인다는 좀 속된 뜻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다방면에 걸쳐 재주가 좋은 능력 있는 사람, 여덟 방위 어디에서 보더라도 아름답고 괜찮아 보이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러 분야에 걸쳐 재주는 많은데 한 가지 일에 능통하지 못하고 온갖 잡일을 조금씩이라도 손댈 줄 아는 사람을 놀림조로 쓰이는 말이 팔방미인입니다. 그런데 팔방미인이란 말은 어감 상 듣기는 좋지만 <열두 재주 가진 놈 저녁거리가 없다.>는 속담처럼 무엇이든지 못하는 일은 없는데 특별히 뛰어난 재주가 없어 실생활에는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먹고 사는 일에 관심 없는 사람 어디 있겠습니까? 한 가지 분야에 전문가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기가 우선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데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열심히 잘 할 줄 아는 것처럼 보여 팔방미인이란 소리는 듣지만 정작 먹고 사는 데는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팔방미인은 이집 저집, 이일 저일 하다보면 주위사람들로부터는 좋은 소리를 듣습니다. 그러나 한 가정을 책임져야할 가장으로서 돈벌이를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자기 아내만 고생시키는 한심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저는 우리 한국교회가 어쩌면 팔방미인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웅장하고 화려한 교회건물에 많은 사람들이 모입니다. 목사들은 너도나도 박사들이고, 교회가 하는 갖가지 행사 또한 거창하고 화려합니다. 그리고 헌신과 봉사도 얼마나 열심인지 모릅니다. 사람들 눈에 보이는 겉모습은 한국교회 따라갈 교회가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주님께서 가장 관심을 가지고 눈여겨보고 계시는 한 가지, 영혼을 살리는 일에 모든 열정을 쏟아야 하겠는데 그러지를 못합니다.

우리 성도들은 다른 일은 잘 못해도 영혼을 사랑하고 살리는 일만 잘하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아름다운 동산교회가 이것저것 많은 일을 하는 팔방미인 같은 교회가 아닌, 교회의 본질이자 주님께서 가장 기뻐하실 한 영혼을 구원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