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7/15 단풍나무와 신앙의 연륜 > 동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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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위에는 간혹 신앙의 연륜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신앙의 연륜은 자랑할 만큼 대단히 중요합니다. 저 역시 모태신앙으로 태어나서부터 6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 오직 하나님 중심, 성경중심, 교회중심으로 신앙생활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믿은 지 오래되어 신앙연륜이 길다고 해서 반드시 믿음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반면에 예수 믿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초 신자라고 해서 믿음이 얕은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누가복음 13:30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보라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될 자도 있고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될 자도 있느니라.>

사도행전에 보면 스데반집사가 나옵니다. 스데반집사의 경우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짐작컨대 예수 믿은 지 불과 1년 남짓 밖에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어떤 누구도 스데반에게 신앙의 연륜이나 믿음을 따지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마가요한의 다락방에 예수님이 약속하신 성령이 임하시므로 신약교회가 출발한 이후 최초의 순교자가 되어 하늘나라로 부르심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모빌 홈 단지에 수령이 수십 년은 되었을 것 같은 이십여 그루의 단풍나무가 있습니다. 작년 9월에 이곳으로 이사를 왔는데 가을이 되자 그 단풍나무들이 아름다운 색깔의 옷을 입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중의 두세 그루는 단풍잎이 곱게 물들지 않고 검고 우중충한 채 시들어졌습니다.
그때 제가 어느 집사님 댁에 심방을 갔더니 그 집사님 뒤뜰에도 아름드리 큰 단풍나무가 있었습니다. 제가 그 집사님께 <단풍이 들면 참 아름답지요?>하고 물었더니 그 집사님은 <단풍나무 같지 않은 단풍나무>라고 했습니다. 우리 단지에 있는 두세 그루의 단풍나무들처럼 단풍이 예쁘게 물들지 않기 때문에 그 집사님이 <단풍나무 같지 않은 단풍나무>라고 말한 것입니다.

저는 <단풍나무 같지 않은 단풍나무>를 보면서 예수님께서 가롯유다에게 하신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그래서 저도 그 단풍나무를 볼 때마다 차라리 단풍나무가 아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풍나무가 아니었으면 나에게서 싫은 소리도 듣지 않았을 것이고, 나도 그 나무에게서 아름답게 물든 단풍잎을 기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주위에는 단풍나무 같지 않은 단풍나무처럼, 주님께서 보실 때 그리스도인 같지 않은 그리스도인들이 있을 것입니다. 교회 출석한지 얼마 되지 않은 초 신자들이야 그 누구도 큰 기대를 걸지 않겠지만 <나는 신앙생활한 지 20년 되었다. 30년 되었다고, 또는 모태신앙이라>고 자랑삼아 말하는 신앙의 연륜이 있는 분들의 경우에는 상식선의 기대치라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요즘에는 봉사의 자리, 헌신의 자리를 떠나 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대형교회의 뒷자리에 않아 예배의 방관자 내지 참관자로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들 대부분이 초 신자가 아닌 신앙의 연륜을 가진 항존 직분 자들이랍니다. 그런 사람들이 바로 신앙의 연륜은 가졌으나 단풍나무 같지 않은 단풍나무의 모습일 것입니다.

요한계시록 3:1절에 보면, 예수님께서 사데교회 성도들을 향하여 <이름은 가졌으나 죽은 자>라고 책망하고 계십니다. 단풍나무 같지 않은 단풍나무처럼 그리스도인의 자세를 잃어버린 채 신앙의 연륜만 자랑한다면, 주님께서는 그런 사람들을 분명 기뻐하시지 않을 것입니다. 저를 비롯한 우리는 구원의 은혜를 입은 그리스도인들로서 주님 보시기에 고운 색깔로 물들여진 단풍나무 같이 신앙의 연륜에 비례하여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 나타나기를 소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