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환 원로목사 01-11-15 교회와 유기적(有機的)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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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교회를 가리켜 공동체(共同体 community)라고 말합니다. 물론 여러 사람이 모였으니 공동체란 말이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자면 교회는 <유기적공동체(有機的 共同体,Organic community)>라고 말해야 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공동체는 성냥갑 속의 성냥 알맹이처럼 각각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는 상태 그 자체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그러나 교회는 성도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주님의 몸에 붙은 지체로서 떼어 낼 수 없는 유기적인 관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유기적공동체인 것입니다.
지난 년말과 금년 초에는 예년과 달리 모임이 많았습니다. 몇 분 집사님들이 목사 장로님들을 초청해서 식사를 대접하는가 하면, 주일학교를 비롯해서 음악학교와 한글학교 교사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거기에다 각 선교회도 거의 대부분 송년 또는 신년 친교모임을 가졌습니다. 모두 하나같이 자발적인 모임들이었습니다. 이렇게 계속되는 모임들로 인해 매년 신년 첫 주일 오후에 저희 집에서 모여 떡국 먹는 사역자 모임도 하지 못했습니다.
왜 이렇게 모임이 많은 것일까? 경기가 풀려 삶이 나아졌기 때문일까? 결코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는 <혹시 우리교회가 성령 충만 은혜 충만해서 예루살렘교회의 모습이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것은 초대교회처럼 부흥의 전조가 아닐까?>하고, 잠시 흥분이 되면서 주후 2015년 한해가 크게 기대됩니다.
예루살렘교회는 사도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랑의 공동체였습니다. 사도행전 2:46절에 보면 “서로 교제하고”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교제>라는 말은 헬라어로 <코이노니아>이고 영어로는 <fellowship>입니다.
유기적공동체의 모습은 예루살렘교회에서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예루살렘교회 성도들의 교제는 오늘날의 교인들처럼 인사하고 같이 밥 먹으면서 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정도의 교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교제는 말씀위에서 실제적인 삶을 나누는 교제였습니다.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누어주었을 뿐 아니라 날마다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예배) 집에 모여 같이 떡을 떼며(성찬) 기쁜 마음으로 음식을 먹었던(애찬) 삶 속에서 신앙과 예수님의 피로 유기체를 이루었습니다. 이것은 죄에서 구원 얻은 사람들이 예수님 중심으로 모일 때 나타나는 유기적공동체인 교회의 특성인 것입니다.
한국 기독교 초기에도 이런 모습이 있었습니다. 고구마 몇 개 삶아 놓고 희미한 호롱불 밑에서도 화기애애했습니다. 통행금지 시간을 넘겨 밤을 지새우는 것이 예사였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진심으로 염려하고 기도해주었습니다. 어떤 집이 다른 곳으로 이주해가면 온 교회가 눈물바다로 변했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평소 저는 우리교회가 LA한인교회들 중에서 가장 떡을 자주 먹는 교회가 아닐까?하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떡을 먹습니다만, 주일과 토요새벽기도회 등 한주가 멀다하고 거의 매주 떡을 먹습니다. 그리고 작년에는 성도들 가운데 가족중심의 외식이나 생일상 대신에 주일날 교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간혹 어떤 사람들은 교회가 너무 먹는데 치중하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어떤 목적으로 어떤 마음으로 밥상에 마주 앉느냐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밥상에서 정든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적인 정을 말합니다. 그러나 성도들이 모인 밥상은 인간적인 정이 아닌 십자가의 사랑에 근거한 것이기에 애찬(愛餐)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저는 2015년 새해에도 예수님의 피로 한 형제자매 된 우리가 말씀과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서로 위로하며 격려하고 돕는 가운데 유기적공동체로서의 아름다운 교회의 면모를 들어 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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