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4/13 잊어버리고 주보나 잘 만들자 > 동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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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교회 주보는 교회이름처럼 아름답고 알차다는 소문이 나있습니다. 수년 전에는 주보가 예쁘고 마음에 들어 우리교회로 찾아 온 여자성도님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리버사이드로 이주해갔습니다만, 그분이 마켙에서 우리교회의 주보를 받아드는 순간 <주보를 이렇게 정성들여서 만든다면 교인들도 이 주보처럼 정성을 다하여 보살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그래서 우리교회에 출석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교회는 주보를 비롯해서 소책자를 많이 제작하기 때문에 교회사이즈에 비해 인쇄비가 많이 듭니다. 컬러프린트 잉크가 너무 비싸서 주보와 인쇄물을 흑백으로 만들려고 생각하다가도 더 좋게 만들지는 못해도 더 못하게 만들어서야 되겠나?라는 생각으로 지금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잉크를 구입하고 교회에 청구할 때마다 내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도 아닌데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그것은 우리성도님들이 힘든 가운데 최선을 다하여 헌금한 너무나 귀한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사용하고 있는 프린터 중 하나는 Xerox 8570 양면고속프린트이고, 다른하나는 삼성 CLP-775 양면고속프린터입니다. 둘 다 컬러로 1분에 40페이지가 인쇄되는 성능이 좋은 프린터입니다. 그러다보니 컬러별 ink toner cartridge 하나의 가격이 무려 $170.00 정도로 비쌉니다.

몇 주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저는 어디 잉크 값이 싼 곳이 없나 싶어 인터넷 경매싸이트 이베이(ebay)와 그날 하루종일 씨름을 했습니다. 이곳저곳을 뒤지면서 찾고 있는데 삼성 CLP-775의 Cyan Color (청색) Original 두개($340.00 상당)가 경매 시작가격 $9.90에 나와 있는 것입니다.

경매 마감일이 다음날 오전 10시 08분 50초인데 지금까지 입찰한 사람이 한 사람 뿐이었습니다. 경매 마감이 하루남았으니 분명 많은 사람들이 입찰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별로 큰 기대를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저는 경매 마감시간 3분전인 다음날 오전 10시 5분쯤에 입찰해보기로 하고 시간마다 확인을 했습니다. 심지어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또 확인을 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이런 일이, 경매 5분 전인데 아무도 입찰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20쯤 써 넣으려고 하다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물건을 파는 분이 어떤 사람인지는 몰라도 $340불상당의 물품인데 $20을 써넣으려고 하니 물건 주인에게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송비가 $17.50이라고 하길래 $70 정도에 구입할 생각으로 $47.50을 써넣었습니다.

잠시 후에 e.mail로 “Congratulations, it's all yours! 하고 연락이 왔는데 보니 물품 값이 $30, 우송료가 $17.50 합계 $47.50에 낙찰이 된 것입니다. 일주일 뒤에 도착한 물건을 받고 나서 계산을 해보니 최소한 $250은 싸게 구입한 것입니다. 분명 이것은 정당한 방법입니다. 정당한 방법으로 싸게 물건을 구입했으면 기분이 좋아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는 마음이 왠지 편치를 않았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내가 싸게 구입한 만큼 그 물건을 처음 구입한 누군가는 비례해서 많은 손해를 봤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 사람입장에선 한 2백 불 정도는 받을 줄로 생각했을 텐데 30$에 물건을 우송하면서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요?

그러나 저는 잊어버리기로 했습니다. 잘한 것인지 잘못한 것인지는 몰라도 잊어버리고 싸게 구입한 그 잉크로 주보나 잘 만들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