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0/13 모태신앙(母胎信仰)과 믿음의 조상 > 동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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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심방을 갔을 때였습니다. 대화를 나누던 중에 그 권사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다. <목사님, 저는 모태신앙이 아니라서 모태신앙가진 분들이 참 부럽습니다.> 그때 제가 그 권사님에게<모태신앙은 아니라도 권사님은 자녀들을 신앙으로 잘 키워 훌륭한 믿음의 조상이 되지 않았습니까? 사실 모태신앙보다 믿음의 조상되는 것이 더 큰 복입니다.>하고 대답했습니다.

저역시 4대째 믿는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저같은 사람을 소위 모태신앙(母胎信仰)이라고 말합니다. 모태신앙이란 말은 신앙의 혈통적 계승과 연대성을 전제하는 표현으로 문자대로 해석하면 어머니태에서부터 신앙을 가졌다는 말입니다. 물론 태교의 영향은 있겠지만 어머니 태에서부터 정말 믿었을까요?

흔히 <집사님은 언제 구원 받았습니까?>하고 물으면 <구원이요? 나는 모태신앙입니다.>라고 대답하면서 죽을 때까지 모태신앙의 탯줄을 놓지 않고 그것을 자랑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디모데후서 1:5절의 <이 믿음은 먼저 네 외조모 로이스와 네 어머니 유니게 속에 있더니 네 속에도 있는 줄을 확신하노라>라는 말씀에 근거를 두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 말씀은 디모데가 외조모와 어머니가 걸어간 신앙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다는 말이지 어머니뱃속에서 부터 믿음을 가진 자라는 뜻은 아닙니다.

모태신앙인들은 어머니 태에서부터 신앙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성경과 교회와 신앙을 가질 수 있는 자연적인 계기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는 분명 복 받은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모태신앙인이라고 해서 십자가의 주님을 만나는 체험 없이 자동적으로 구원 얻는 것은 아닙니다. 언젠가는 그들도 십자가의 주님과 인격적인 만남을 가져야 합니다. 성경에서 모태신앙인하면 이스라엘백성 거의 대부분이 해당되겠지만 특별히 야곱과 사무엘을 들수 있습니다. 야곱의 경우 얍복강 나루에서 주님을 만나는 체험을 가짐으로 참된 신앙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무엘도 어릴 때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므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체험했습니다.

어떤 선교사님이 우리교회 헌신예배에 강사로 오셔서<모태신앙은 이것도 못해, 저것도 못해, 아무것도 못하는 신앙>이라고 우스개소리로 말한 적이 있습니다. 결코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태신앙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한 가지 위험요소가 있습니다. 그것은 타성에 젖은 신앙생활이 습관화되어 그저 막연하게 그럴 것이라는 관념적 신앙에 머물러 체험적 신앙으로 자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잠언 29:21절에 보면 <종을 어렸을 때부터 곱게 양육하면 나중에는 자식인체 하리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니다보니 아무런 신앙체험도 하지 않았음에도 당연히 구원 얻은 줄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자신스스로가 주님 만난 신앙의 체험이 없으니 자녀들의 신앙을 바로 잡아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믿음의 계보를 이어가지 못하게 됩니다.

반면에 모태신앙은 아니지만, 처음에 소개드린 그 권사님처럼 십자가의 주님을 체험한 분명한 확신이 있기에, 자신은 물론 자녀들을 바른 신앙으로 이끌어주는 훌륭한 믿음의 조상들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신앙을 물려주지 못하고 믿음의 조상이 되지 못한다면 그만큼 불행한 일이 또 있을까요? 그렇다고 보면, 아브라함처럼 비록 모태신앙인은 아니라도 후손들에게 믿음의 조상되는 것이 더 큰 축복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