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7/11 카이로스(kairos)와 크로노스(chronos) > 동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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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Summer Time 제도가 있습니다. Summer Time은 늦은 봄과 여름의 해가 긴 시기에 자연적 시간을 인위적으로 한 시간 앞 당겨 일하는 시간을 늘려 놓은 것입니다.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되어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가는데 한 시간 더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산업경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헬라어에는 시간(때)을 의미하는 두개의 단어가 있습니다.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입니다. ‘크로노스’는 단순히 흘러가는 시간으로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 시간을 말합니다. 반면에 ‘카이로스’는 하나님께서 구체적으로 계획하시고 간섭하시는 어떤 사건의 시간을 의미합니다.

크로노스의 시간은 끝이 없습니다. 그러나 카이로스의 시간은 그 시작과 마지막이 있습니다. 즉 하나님의 정하신 때가 있다는 말입니다. 카이로스의 시간은 하나님과의 관계성 안에 있는 시간, 하나님을 의식하고 살아가는 시간입니다.

불교의 우주관은 원(圓,circle)입니다. 윤회설에 따라 시작과 끝이 없이 영원히 돌고 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기독교의 세계관은 직선(直線,beeline)입니다. 창조주 하나님에 의한 알파와 오메가의 시작과 끝이 있습니다. 창세기 1장 1절로 시작된 세계는 요한계시록 22장 21절로 끝나게 됩니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부정과 불의, 투쟁과 타협, 전쟁과 싸움, 가난과 억압 등의 수많은 사건들을 경험합니다. 크로노스의 시간을 사는 사람은 역사가 자신을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한 관심이 없습니다. 지금의 내 유익된 일에 충실할 뿐입니다. 그러나 카이로스의 시간을 사는 사람은 한 순간이라도 놓치지 않습니다. 지금의 이 일이 과연 하나님께서 나를 세상에 보낸 목적대로 사는 것인가? 자기자신을 하나님의 말씀에 비추어보면서 조심스럽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사도바울의 경우, 다메섹 도상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기 이전의 삶은 크로노스의 삶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그가 로마의 시민권을 가진 사람으로 가말리엘 문하에서 수학했고, 히브리인중의 히브리인이고, 베냐민 지파로서 할례를 받고 율법으로 살아온 바리새인이라고 하더라도, 사울(큰 자)이라는 이름그대로 당당하게 살았다고 해도 그의 삶은 크로노스의 삶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뒤, 하나님의 손에 붙잡혀 살아온 바울(작은 자)적인 삶이야말로 카이로스의 삶이었습니다.

카이로스의 삶을 사는 사람은 코람데오(Coram Deo), 즉 날마다 순간마다 하나님 앞에서라는 신전의식(神前意識)의 삶을 살아갑니다. 하나님 앞에 서 있는 그리스도인은 주어진 시간을 헛된 일에 낭비하지 않습니다. 오늘하루하루를 종말처럼 살게 됩니다. 주님께서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시듯이 우리 또한 주님만을 바라보고, 주님의 뜻을 따라 순종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육신을 입고 죄악 세상에 사는 동안에는 크로노스의 시간 속에 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크로노스의 시간 속에서 순간순간 하나님의 손에 붙잡힌 카이로스의 시간 안에 살아가야합니다.

카이로스의 시간을 사는 사람에게는 역사와 하나님 앞에서 감당해야 할 자기 몫의 책임이 있습니다. 하루 일을 끝내고 잠자리에 들면서 오늘도 나는 과연 어떤 삶을 살았는가? 내 욕심대로 살지는 않았는가?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며 살았는가, 되돌아보면서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조금씩 성숙되어가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