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1/11 자기를 비우는 삶 > 동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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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나는 아무런 욕심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말한다고 욕심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범죄 한 인간에게 있어서 욕심은 본성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법정스님이란 분이 쓴 <무소유의 행복>이라는 책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스님이 난초 두 분을 정성스럽게 길렀습니다. 난초를 잘 기르기 위해 관계 서적을 구해다 읽고 비료를 사다 주면서 온갖 정성을 다했습니다. 여름 장마가 갠 어느 날 외출했다가 돌아오는데 난초를 뜰에 내놓은 것이 생각났습니다. 뜨거운 햇볕에 늘어져 있을 난초 잎이 눈에 아른거려 허둥지둥 돌아와서 보니 잎이 축 늘어져 있었습니다. 그때 그는 무엇에 대해 집착한다는 것이 괴로움인 것을 깨닫게 됩니다. <내가 난초를 키우던 그 정성을 일찍이 부모님께 바쳤으면 효자 소리를 듣고도 남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3년이나 키워온 난초를 친구에게 주어버렸다고 합니다.

자기를 비운다는 것은 모든 탐욕과 소유를 버린다는 말입니다. 성철이라는 스님도 자신의 마음을 비우기 위해 처자식을 버리고 깊은 산 속에 가서 수십 년 동안 도를 닦다가 죽었습니다. 처자식을 버리는 것이 마음을 비우는 것일까요? 그것은 오히려 자기만을 위한 욕심이 아닐까요?

우리 기독교도 성경을 통해 비움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마음속에 가득 차 있는 욕심을 비우라고 말씀합니다. 욕심 뿐 아니라 시기질투하고 미워하는 마음속의 더러운 것을 모두 비우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서간 믿음의 선진들이 자기를 비우는 삶을 살았습니다. 우리기독교의 비움은 불교의 비움과 같은 비움이 아닙니다. 비우는 것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담기 위한 비움인가가 중요합니다.

앞서 소개한 스님들의 비움은 자기 해방을 위한 비움입니다. 속세에서 자기 자신을 해방시키기 위한 비움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도를 닦으면서 마음을 비워 어느 정도 인간적인 욕망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궁극적으로 인간이 안고 있는 죄의 굴레에서는 벗어날 수 없습니다.

자기를 비운 모델이 되신 분은 예수님이십니다. 빌립보서 2:6-8절에 보면 예수님께서 무엇을 위해 무엇을 비웠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 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 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예수님의 비움은 자신이 우리 대신 죄인이 되어 십자가에 죽으시기 위한 비움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자기 의를 포기하셨습니다. 의(義, 죄 없음, sinlessness)를 포기하는 것은 죄인인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직 의로우신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습니다. 주님의 자기 비움은 죄인인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자기 안에 담기 위한 것입니다. 그분의 그런 비움이 있었기에 우리가 죄에서 자유를 얻었고, 그분의 그런 비움이 있었기에 우리가 영원한 생명을 얻어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입니다.

빌립보서 3장에 보면, 바울이 자신의 자랑스런 신분과 사회적 명예와, 많이 배운 지식과 물질 등 모든 것을 버립니다. 자기를 비운 뒤 그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내가 그를 위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배설물로 여김은 그리스도를 얻고 그 안에서 발견되게 함이니>(빌 3:8,9). 예수님의 비움은 우리를 살리시려고 십자가에 죽으시기 위한 비움이고, 바울의 비움은 오직 예수그리스도 한분을 얻기 위한 비움이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도 길이요 진리요 영원한 생명 되신 예수그리스도를 모시기 위한 깨끗한 심령의 비움, 신령한 것으로 채우기 위해 자기를 비우는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